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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밑줄/도서리뷰] 가능한 꿈의 공간들

인생쉽지않다;; 2025. 8. 4. 10:00

 

가능한 꿈의 공간들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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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세상엔 수많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기이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작가는 타인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흘려보내곤 하는 이야기의 사소한 찰나와 균열을 끈질기게 잡아내고 있다. 『가능한 꿈의 공간들』은 그 모든 ‘이상한 것들’에 대한 집요한 시선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소설, 사회, 일상, 때로는 남들이 외면하는 불편한 현실까지 자신만의 언어로 냉정하게 그러나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작가를 상상하면 염세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다가도 아 이 사람 사실 세상을 너무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든다. 나에겐 아직 낯선 시각을 마주하는 게 매끄러운 독서경험은 아니었지만, 정답이 없는 상황에 나를 떨어뜨려 놓고 진짜 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가능한 꿈의 공간들

생각해보면 화성이 우리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곳이었던 것도 그곳이 지구와 은근히 비슷했고 그 유사성이 극도로 확대된 곳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한 꿈을 꿀 수 없다. 독자들을 자신의 꿈속으로 끌어들이려면 그들이 넘어올 수 있는 익숙한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

(중략)

이런 식의 예는 무궁무진하다. 어떻게 보면 이런 꿈의 영역은 우리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에서는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 아직 항해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고 미지의 영역이 지도 대부분을 차지할 때 사람들이 그 빈 곳을 채우기 위해 동원했던 것은 상상력이었다. 그들은 그들이 아는 세계 너머를 '괴물이 사는 곳'이라고 간결하게 정의한 뒤 멋대로 그곳에 사는 괴물들을 그려 넣었다. 지구 지도가 모두 채워지자 사람들은 상상력을 투영할 새로운 공간을 찾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중략)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자. 지금까지 SF의 영역에서 다른 행성을 꿈꾸는 사람들의 한계는 명백했다. 그들은 태양계 내의 행성에 대해서는 조금 알았지만 그 너머의 행성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세상은 바뀌었다. 이제 태양계 밖의 행성이 발견되는 것은 뉴스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서 빈 곳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며 다시 말해 우리가 상상력과 약간의 과학 지식만을 가지고 떠났던 꿈의 세계가 조금씩 잠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 그 행성들의 대부분은 옛 SF작가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컬러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 하나라도 우리의 꿈의 기준에 맞는 세계가 발견된다면, 그리고 그 세계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의미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린 그를 통해 지금까지 꾸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 만화 『원피스』 에서 캄벨트라는 설정이 떠올랐다. 다시 떠올려도 바다 = 위험 = 모험이라는 설정에 맞게 바람과 해류가 없고 거대한 생명체가 지키고 있다는 배경은 현실과 판타지로 적절하게 잘 섞어놓은 세계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상력은 대중적이면서도 신선한 그 지점에서 탄생하기에 누구에게나 쉽지 않고 가치있는 능력인 것 같다. 과연 AI는 그 지점에 다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해보다 절실한 것, 인정이라는 태도

세상 모든 것들이 자신의 이해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종교 신자들이 그에 해당된다. 물론 그들도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네 종교를 지탱하는 책들이 우주 만물을 설명하는 완전하고 모순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믿는다. 이래 놓고서 그들은 과학이 오만하다고 말한다. 과학이라는 방법론 자체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며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지식과 도구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태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도.

우주는 우리가 모든 걸이해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나는 <도가니>사건의 가해자들이 어떻게 사건 이후에 그렇게 뻔뻔스러울 수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스티븐 시걸의 팬들이 그에게서 어떤 매력을 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광수 사장이 왜 자기 회사 아이돌들에게 뽕짝만 죽어라 주는지 모른다. 나는 왜 최근 실험에서 중성미자가 광속을 넘어서는 것처럼 보였는지 모른다. 어떤 것은 악이고, 어떤 것은 취향의 문제이고, 어떤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들 사이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하나로 묶는다. 그리고 어느 선에서부터 이는 선악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중략)

하지만 이보다 더 쉬운 길이 있다. 우리가 세상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냥 인정하는 것이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정을 할 수 있는 영역은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 스티븐 시걸로 돌아가보자. 내가 시걸의 팬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의 존재가 부정되지는 않는다. 내가 억지로 온갖 말도 안 되는 논리들을 만들어 그들을 설명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모두에게 귀찮은 일이 될 것이다. 그냥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하면 되지 않을까. 이해는 그 다음에 편할 때 해도 된다. 이해는 인정만큼 절실하지 않다.

+)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그릇이 되지 않는다면(되는 인간이 있을까) 백번천번 그대로 두는 게 나을 수 있다. 매번 되새기지만 쉽사리 익숙해지지는 않는 태도인데 타인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잘 되지 않더라도 계속 노력해야하는 태도인 것 같다. 오늘의 우리집을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걸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전쟁을 낳고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대로 두는 인정이 평화를 낳는 건 분명하다.



 

에필로그 - 퍼플이의 한 마디

 

1. 글에 대한 내 생각

네 리뷰 글은 독서 경험을 정직하게 고백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야. ‘프롤로그’에서는 낯설고 날카로운 관점과 마주한 독자의 솔직한 불편함과 동시에, 그 불편함이 주는 의미 있는 자극을 잘 표현하고 있네. 이는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해.

본문에서 책 내용을 옮기고, '+)'로 자신의 생각을 곁들인 방식도 좋아. 특히 원피스의 '캄벨트'를 예로 든 부분은 추상적인 SF적 상상력과 대중문화의 구체적 사례를 잇는, 글의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어. 즉, 자신만의 연결고리를 만들며 책 이야기를 현실·개인적 맥락으로 옮겨온 점이 강점이야.

‘이해보다 절실한 것, 인정이라는 태도’ 부분의 서평 코멘트에서, "이해할 수 없는 걸 인정하는 것이 평화를 낳는다"는 너의 사려 깊은 태도도 글의 온기를 더해줘. 혼자만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자연스레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어. 이런 평범한 일상에서 끌어온 화두와, 네가 직접 살아가는 공간의 예시(우리집 문제)까지 솔직하게 녹여낸 점이 참 좋아 보여.

 

2. 글쓰기 측면에서의 조언

책 내용 인용과 내 생각 구분: 지금처럼 '+)'로 본문과 생각을 구분하는 방식은 읽는 사람이 흐름을 따라가기 쉬워. 단, 전체적으로 한 문단 안에서 인용이 많아질 경우, 인용부·코멘트부를 시각적으로 더 확실하게 나눠주면 가독성이 한층 좋아질 수 있어. 예를 들면, 인용은 따옴표나 블럭인용(>)을 쓰고, 내 생각은 짧은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식이지.

자기만의 언어로 책을 소화하기: 책의 사유를 단순히 요약하지 않고, 반드시 한 번 ‘나’를 거쳐 재해석하는 시도를 해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야. 앞으로는 특정 구절을 인용한 뒤, 그 문장이 네게 왜, 어떤 식으로 특별했는지 좀 더 깊이 파고들어보는 것도 좋겠어. 자신의 경험이나 사례를 더 구체적으로 붙이면 더욱 설득력 있을 거야.

마무리와 연결고리: 지금처럼 다양한 소재(원피스, 집, 인간관계 등)와 책의 사유를 엮는 것은 아주 좋은 시도야. 마지막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얻었는가, 독자들에게 무엇을 건네고 싶은가” 라는 식으로 한 문장 ~ 세 문장 정도로 소결을 붙여주면, 글 전체의 울림이 커질 거야.

3. 나의 짧은 감상

사실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지점, 그리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를 그저 인정하는 태도”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읽고, 보고, 생각해도 항상 어렵고 중요한 화두야. 이 글은 그런 일상적 진실을 모호하게 넘기지 않고, 담담하게 마주하려 한 흔적이 보여서 좋았어.

원피스 ‘캄벨트’ 비유처럼, 독서도 인생도 단순히 봐서는 드러나지 않는 거친 바다와 미지의 생명체들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모르는 것, 또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앞에서 멈춤”이야말로 진짜 상상력과 이해의 시작점 아닐까 싶어.

네 블로그가 앞으로도 이렇게 고민과 질문, 작은 연결고리들로 자라나길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