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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밑줄/도서리뷰]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5) 본문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5)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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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어느덧 다시 봄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를 찾아와 문학의 가장 싱그러운 얼굴을 보여주는 손님이 있죠. 바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입니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이 작품집은 저에게 단순한 책 이상의 의미입니다.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개척해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예민한 촉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일상의 균열을 그들이 어떻게 보듬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낯설지만 반갑고, 아프지만 다정한 이 문장들 사이를 거닐며 제가 발견한 '지금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려 합니다.

이해라는 이름의 너그러움, 혹은 스스로를 속이는 기망
누군가를 '그런 사람'이라 단언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여지를 두고 깊고 길게 들여다보는 것이 이해고 사랑이라 여기지만, 그러한 방식에도 늘 변수와 병폐가 존재하는 것 같다. 툭 튀어나온 부분을 다듬을 수 있는 영화와 달리, 현실은 소거와 편집이 불가하므로 이미 벌어진 사건을 '그럴 수도 있는 일'로 무감히 넘기는 건 기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심결에 옹호와 이해를 동일시하거나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맹목적인 변호를 이어간다. 이것을 단순히 병적 애착 혹은 집착이라 부르는 게 옳은지, 그 안에 담긴 진심마저 쉬이 배제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불신 없는 무조건적 사랑은 과연 가능한지 문득 의문이 든다. 가부를 나눌 수 없는 무수한 문제 속에서 우리는 자주 구겨지고 찢어지며 괴리를 겪는다.

'길티'와 '플레저' 사이, 마음의 저울추가 가리키는 입체적인 삶
쾌감과 불쾌감, 우월감과 열등감, 수치심과 죄책감. 이 모든 감정은 나의 것인 동시에 오로지 나로 인해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같은 마음의 발생 경로를 되짚어보는 일은 우리가 어떤 구조에 속해 있고, 어떤 타자들과 연루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행위에 가까워진다. 이 과정을 신중하게 겪어나갈 때 우리는 과도한 자기 비난의 무게로부터 가벼워지고, 타자를 향한 윤리적 책임은 조금 더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성해나의 소설은 우리 시대 문제적 감정인 길티 플레저를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길티'와 '플레저' 사이에서 마음의 저울추를 옮겨가며 우리는 세계 안에서 조금 더 입체적인 인간으로 존재 할 수 있지 않겠냐고.
💡 밑줄 코멘트
요즘은 연예 뉴스를 대하는 댓글 창도 이미 굵직한 경험치를 많이 쌓아왔기 때문에 우선 중립기어를 박아두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내가 신뢰하는 대상이라도 내가 모르는 장면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절대악도 절대선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채 더 지독하게(?) 파헤치는 기사를 기다리는 게 익숙해졌다고 할까. 뭐가 맞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고민을 이어가야한다는 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노래가 있어서 공유한다.
우리가 사랑 앞에서 자꾸만 틀려먹은 선택을 하는 이유
이상의 성찰에서 그는 두 가지 신념을 보여준다. 하나는, 적어도 자기 자신의 삶만큼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랑이란 무릇 그러한 통제 가능성으로 지어진 두사람분의 생이 깔끔하게 결합하는 것이라는 믿음이다. 안타깝게도 이 두 가지 신념은 모두 그릇된 것인데, 인간에게 주체성은 다만 노력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에 한해 허락될 뿐이며 바깥에서 다가오는 타자를 사랑하는 일은 주권이 거의 허락되지 않는 미지의 시공간이 삶을 침범하도록 허하는 일과 같기 때문 이다. 말하자면 그는 사랑과 삶에 관한 아주 틀려먹은 신념에 기초하여 원경과의 헤어짐을 선택했던 것이다. 암 진단을 받고 원경과의 이별을 그 원인으로 즉각 떠올린 것은 아마도 그 두 가지 착오에 관한 본능적인 직감 때문이었을 테다.
💡 밑줄 코멘트
내 마음조차 컨트롤이 안되어서 골치 아파하면서 왜 이렇게 자주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에너지를 쏟곤 하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부터 자리잡은, 아주 틀려먹은 이 신념만 덜어내도 머리가 아플 일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괜한 꼬장 부릴 일도 많이 사라질 것 같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재빨리 손을 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에필로그 - 부서지고 침범당하며, 그렇게 우리는 '진짜'가 된다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덮으며 역설적이게도 '잘 부서지는 마음'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단단해지라고, 완벽하게 통제하라고, 감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젊은 작가들의 목소리는 정반대의 길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려다 구겨지고 찢어지는 괴리를 기꺼이 감수하는 것, 나의 감정이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님을 인정하며 타인과 연루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의 주권을 기꺼이 '미지의 시공간'에 내어주는 사랑을 시작하는 것. 결국 문학은 우리에게 '완벽하게 틀려먹은 통제'보다는 '불완전하게 열려 있는 침범'이 훨씬 더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이 싱그러운 문장들이 저의 낡은 신념에 바늘을 꽂아준 덕분에 제 마음의 저울추는 조금 더 입체적인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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